◇전어= 가을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전어다.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전어(錢魚)라는 이름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많은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貴賤.귀족과 천민)이 모두 좋아했으며 사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기록돼 있다.
한방에서는 전어가 소변기능을 돕고 위(胃)를 보하며 장(腸)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온 몸이 잘 붓고 팔다리가 무거우며 소화가 잘되지 않는 50대 이후 장·노년층에게 가장 좋은 약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가을 전어의 맛을 표현한 것 중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있다.
전어는 봄철에 산란을 하고 여름내 각종 플랑크톤과 유기물 등을 먹고 자라 가을이면 몸길이 20㎝정도가 된다. 바로 이때가 1년 중 지방질이 가장 많아져 고소한 맛이 강해진다.
전어는 비늘만 벗긴 뒤 뼈째로 두툼하게 회를 썰어 먹거나 갖은 양념으로 무친 전어무침과 구이가 대표적인 조리법이다.
전어는 뼈와 내장까지 한꺼번에 먹는 생선이기 때문에 칼슘 섭취에 도움이 되고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뒷맛은 깊고 은은하다.
◇대하= 전어와 함께 가을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대하’다.
대하(大蝦)는 몸집이 큰 새우라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서해와 남해연안에서 비교적 풍부한 수산물이며 산란기인 9∼11월 사이에 가장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대하는 저지방, 고단백, 저칼로리의 건강식품으로써 예로부터 자양강장의 정력제로 알려져 있으며 본초강목에 의하면 ‘대하는 용하(바닷가재) 등과 더불어 신양허쇠(腎陽虛衰·신장이 매우 허약한 상태)를 치료해서 신장을 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소개돼 있다.
대하는 성질이 따뜻한데다 베타인과 아르기닌 등의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맛이 달고 입에 맞는다.
대하를 많이 먹으면 인체에 흡수된 카로틴이 비타민A로 변하는 특성 때문에 저항력이 길러져 병에 잘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연(Zn)부족으로 인한 미각장애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부인병에 새우를 장복하면 좋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하는 단백질이 많은 반면 지방이 적고 칼로리가 낮으며 키토산, 타우린, 베타인, 아르기닌 등의 고급단백질과 비타민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피부미용과 몸매관리에 적합하다.
대하에 많이 들어 있는 타우린과 키토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수치를 현저히 저하시키는 작용을 하며 특히 타우린은 간에 커다란 도움을 주어 해독작용을 돕고 알코올로 인한 간 기능의 저하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대하는 구이와 찜, 탕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이 가능한데 굵은 왕소금을 바닥에 깔고 구워먹는 ‘소금구이’가 단연 인기다.
달궈진 소금 위 새우가 빨갛게 익으면 머리와 몸통을 분리해 몸통을 먼저 먹고 머리 부분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바싹 구워먹는다. 머리 부분은 키토산과 타우린 성분이 많아 영양도 풍부하며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꽃게= 꽃게는 소화가 잘 되는 저지방 고단백의 영양 만점 식품으로 가을에는 살이 통통히 오른 ‘수게’가 제 맛이다. 가을 수게는 살이 꽉 찬 가을을 최고로 치고, 암게는 산란을 앞둔 봄이 가장 맛있다.
한방에서는 꽃게의 효능을 다른 수산물에 비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식료본초에서는 ‘모든 내열(內熱)을 산해(散解)하고 위의 기운을 조절하며 경맥을 순조롭게 해주고 음식을 소화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또 본초강목에는 ‘산후의 위경련과 혈(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다스려 준다’고 했으며 일화본초에는 ‘근골(筋骨)이 절상(切傷)한 것에는 생게를 짓찧어 그 상처에 붙이면 잘 낫는다. 또 황달에는 게 국을 끓여 장기간 복용하면 치료가 빨라진다’고 기록했다.
게의 주성분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양질인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 도움을 준다. 또 지질이 적어 담백하고 소화도 빨라 회복기의 환자나 허약체질, 노인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게는 칼슘, 인, 철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지만 비타민은 거의 함유되지 않은 산성식품으로 찜이나 탕 등의 조리법을 이용해 각종 채소와 함께 곁들여 요리해 먹으면 좋다.
◇낙지= 낙지는 한자어로 ‘석거(石距)’라고 하며 ‘장어(章魚)·낙제(絡蹄)’라고도 쓴다.
바닷가 어민들이 ‘뻘 속의 산삼’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 영양이 높으며 특히 가을철 낙지는 그 맛과 영양이 최고조에 이르러 보약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따르면 ‘영양 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를 먹이면 그대로 벌떡 일어난다’고 했으며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낙지는 성(性)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적혀 있다.
낙지의 영양성분은 굉장하다. 낙지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B2, 칼슘, 인 등 무기질이 풍부하며 강장효과가 뛰어난 타우린 성분이 매우 높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 성분은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어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고 우리 몸의 피를 맑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간의 해독 작용을 도와 피로 회복에 그만이다.
낙지가 바다 생물 가운데서 대표적인 스태미나 식품으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타우린 성분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인, 철분, 비타민, 코발트, 망간 성분이 있어 빈혈 예방과 스테미나에 좋으며 콜레스테롤을 방지하는 DHA가 함유돼 있다. 지방은 거의 없어 여성 미용에도 좋다.
낙지는 날 것을 참기름장에 찍어 그대로 먹어도 좋고 각종 채소와 매운 양념으로 볶아 먹거나 시원하게 탕을 끓여 먹어도 좋다.
◇미꾸라지= 미꾸라지를 이용해 만드는 대표적인 음식 ‘추어탕’.
추어탕의 재료가 되는 미꾸라지는 봄부터 산란기를 맞아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붙기 시작하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기 전인 가을에 먹는 것이 가장 맛있고 영양도 풍부하다.
한방에서는 미꾸라지를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오장을 보호하고 소화에 도움을 주며 설사를 멎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본초강목에 보면 미꾸라지는 ‘배를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돋우며, 술을 빨리 깨게 하고 원기를 보강하여 발기불능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으며 동의보감에서도 ‘비위를 보해주고 설사를 그치게 한다’고 적혀있다.
칼슘과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 각종 무기질뿐만 아니라 비타민 A, B, D 등이 풍부한 미꾸라지는 그 자체로 고단위 영양제나 다름없다.
또 추어탕은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위장질환자나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도 좋다. 반면 지방이 적어 칼로리가 낮은 편이다.
특히 미끈미끈한 미꾸라지의 점액물에 많이 포함돼 있는 콘드로이친 성분은 글루코사민과 함께 연골세포 파괴 효소를 억제하고 관절 주변의 섬유질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효능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꾸라지의 이런 성분 때문에 추어탕은 병환 뒤 회복기나 수술 전후의 기력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양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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